사실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공개 당시부터 알고 있던 프로그램이었다.
원래 드라마나 예능은 완결된 뒤 한 번에 몰아보는 편이라 "나중에 끝나면 봐야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후 예고편과 각종 클립, 짤들을 접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참가자들의 가치관과 정치적 성향을 전면에 내세우는 만큼, 의도적으로 갈등과 감정싸움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당시에는 "내가 보면 꽤 화가 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시청을 미뤘다.
그러다 최근 《배팅 온 팩트》를 시청하고 wavve의 다른 서바이벌 예능을 찾던 중 사상검증구역을 발견했고, 마침 시즌2 제작 소식도 들려왔다. 시즌1이 생각보다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미뤄두었던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를 이번에 제대로 정주행하게 됐다.
1. 예상과 달랐던 출연자
출연자들의 사상검증표를 미리 보고 1화를 보기 시작했다.
검증표만 봤을 때는 나와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은 '하마'였다. 페미니즘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었고, 검증표 11점으로 여러 항목에서 가장 극단적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막상 방송을 보기 시작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가난에 대한 생각나 비건에 대한 철학, 공동체 연대에 대한 관점, 경쟁보다 공존을 중시하는 태도, 그리고 자신의 선택만큼 타인의 선택도 존중하려는 모습은 의외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모든 의견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되기 전 내가 그렸던 이미지와 실제 모습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었다.
2. 프로그램이 던진 질문
프로그램이 던진 질문은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은 과연 융화될 수 있을까?"였다고 생각한다.
참가자들의 가치관과 정치적 성향을 전면에 내세우는 만큼, 결국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감정적인 충돌과 갈등만 반복되는 저급한 프로그램일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본 프로그램은 예상과 조금 달랐다. 물론 갈등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특히 사상표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서로 절대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던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신뢰를 쌓아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를 보면서 사상 자체가 생각만큼 절대적인 기준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페미니즘과 이퀄리즘은 분명 서로 다른 주장과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3. 인상 깊었던 장면 및 에피소드
이 프로그램의 부제는 "더 커뮤니티"가 아니라 "벤자민 쇼"가 되어야 한다.
불순분자 역할을 맡은 임현서는 '벤자민'이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공동체에 들어왔다.
벤자민은 어수룩하고 서툰 모습을 보이며,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계 미국인 같은 이미지를 내세웠다.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소극적이고 우호적인 태도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고, 자신의 존재감을 의도적으로 낮췄다.
반면 익명 토론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논점을 흐리고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며, 공동체 내부에서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끊임없이 균열을 만들어 냈다. 공동체가 안정되는 듯하면 갈등을 만들고, 갈등이 커지면 다시 뒤로 빠지는 모습은 프로그램 내내 강한 존재감을 남겼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탈락 직전의 연설이었다.
많은 참가자들의 의심이 자신에게 향했고, 더 이상 빠져나갈 방법도 보이지 않던 8일 차.
벤자민은 숨기거나 부정하는 대신 자신이 불순분자임을 먼저 밝히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벤자민 쇼는 끝났습니다."
"이제 더 이상 영어를 쓸 일은 없을 것 같고요."
"저 한국말 굉장히 잘합니다."
그동안 쌓아 올린 캐릭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순간이었다.
이어 그는
"이 게임은 불순분자를 제거한다고 끝나는 게임이 아닙니다."
"불순분자가 여러분을 많이 제거한다고 끝나는 게임도 아닙니다."
"이 게임 자체를 여러분이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라는 말을 남겼다.
다른 서바이벌 예능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이 프로그램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임현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피의 게임》이었다. 당시에는 문신 팔토시를 하고 엉뚱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그저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를 보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단순히 캐릭터를 소비하는 출연자가 아니라, 서바이벌이라는 장르 자체를 즐기고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호불호는 갈릴 수 있어도, 그가 프로그램을 더 흥미롭게 만든 참가자였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시 "벤자민"처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임현서"를 서바이벌 프로젝트에서 만나길 바란다.
테드: 착한아이 컴플랙스. 위선이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선함과 구별할 수 있을까?
마이클: 욕쟁이 할아버지. 솔직함과 무례함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
하마: 이상주의적 페미니스트. 가난에 대한 이야기는 꽤 인상 깊었다.
슈가: 슈가슈가룬
슈퍼맨: 독재자. 국민의 힘 특징인가?
백곰: 무능한 위선자. 민주당 특징인가?
다크나이트: 말 한마디로 천냥 빛을 지는 사람
지니: 부자집 딸. '이기주의자'지만 딱히 뭐 다들 자기꺼 챙겨야지
벤자민: 즐겜러. 친구하고 싶지만 하기싫은 그 무언가 이상한 존재
낭자: 궤변론자. 앞으로 할 행동을 합리화 하기 위해 노력
그레이: 위선자. 회차가 거듭해 갈수록 표독해지는 표정이 인상적
고애신: 처음부터 들킨 위선자. 익명으로 자기한테 칭찬할 때 역겨웠음
바누: 깍두기?. 존재감 없음















